
엄마인 나는 관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아이의 떼쓰기가 길어질 때, 그날 따라 기분이 좋지 않아 인내심의 한계에 금방 다다를 때, 아이의 행동에 내 마음 어딘가가 건드려졌을 때 등등. 오늘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요즘 또또는 기저귀 갈러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기분이 좋고 내킬 때는 순순히 따라나서지만, 자기가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데 기저귀 갈러 가자고 하면 싫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그래서 기다려주다가 1시간이 지나도 못 갈고 똥 기저귀를 그대로 차고 다닐 때도 있다. 우리 아기는 신생아때부터 쭉-똥에 대한 민감성이 정말 없다. 허허. 결국 며칠 전에는 하루에 똥을 세네번 쌌는데 늦게 갈아주다보니 엉덩이가 빨갛게 짓물러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기저귀 가는 것이 전쟁이 되었다. 나는 되도록 빨리 갈아주려고 애를 태우며 아이를 재촉하게 되었고, 반강제적으로 갈 때가 많아졌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떼는 더 세진다.
발길질을 하며 기저귀 안 간다고 떼쓰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보면 나도 여유를 잃어버린다. 감정이 상해버리면 삐뚫어지고 만다. 기저귀 갈다 욕조에 주저앉은 아이는 아마도 기분을 풀고 싶어 목욕 놀이 장난감을 내려달라고 (평소엔 자기가 하는 일인데도) 엄마에게 손짓을 했지만, 속좁은 엄마는 "네가 할 수 있잖아"라며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엔 아이의 요구대로 장난감을 하나씩 내려주긴 했지만, 엄마의 태도가 상냥하지 않고 냉랭한 것에 마음이 상했는지 놀지 않고 금방 나온단다. 기저귀를 입히고, 옷을 갈아입히면서도 서럽게 울던 아이는 애착 인형 보들이와 팬더를 하나씩 끼고 침대에 누웠다. 내가 옆에 누워 마음을 풀어주려고 "그래 누워서 잠깐 뒹굴뒹굴하자."하며 기저귀 갈며 실랑이 했던 것에 대해 풀어주려고 말을 걸었다. 자고 싶지는 않은지 일어나서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올렸더니 금방 헤헤. 나도 얼굴에 뽀뽀를 하며 함께 웃었다. 그렇게 마음이 금방 풀렸구나 했는데. 거실에 나와 내려놓고 앉아서 놀자고 하니.
아이는 등을 돌리고 앉아 놀면서 엄마를 힐끔거렸다.
처음에는 늘 하던대로 거실을 빙글 빙글 도는 것 같았는데. 표정이 어딘지 멍해보였다. 뭔가 정처없이 배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테이블 위에 뽀로로 헬리콥터 장난감을 올려놓고 노는데 이따금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쳐다보는 눈빛이 영락없이 삐진 표정이었다. 내가 웃는 눈으로 마주치며 알은 채를 해도 모른척하며 다시 고개를 휙. 나도 신문 보는 척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을 때도 엄마를 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가.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마음이 상했구나. 말을 걸어볼까 하다,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혼자 놀던 아이는 다시 인형을 들고 엄마에게로 왔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반갑게 맞아주었다. 삐진 표정으로 나를 힐끔거리던 아이의 얼굴이 너무도 선명하게 머릿 속에 박혔다. 미안하기도, 짠하기도, 이렇게 혼자 자기 마음을 달랠 정도로 크다니 감격스럽기도,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벌써 재접근기 후반에 다다른 것 같다. 전환기 대상(인형)을 활용해 완벽하지 않은 엄마로 인해 상처받고 실망한 마음을 스스로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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